사회초년생을 위한 실생활 거시경제 및 금융 기초 가이드 2편
"기준금리가 또 올랐습니다." 뉴스에서 앵커가 심각한 표정으로 이 소식을 전할 때, 예전의 저를 비롯한 많은 사회초년생은 대수롭지 않게 채널을 돌리곤 했습니다. '금리가 오르든 내리든, 그건 은행이나 대기업들 이야기지 내 코 묻은 월급 통장과 무슨 상관이 있겠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무관심의 대가는 생각보다 혹독했습니다. 몇 년 전, 첫 전세대출을 받아 독립했을 때의 일입니다. 매달 꼬박꼬박 나가던 이자가 어느 날 갑자기 몇만 원씩 불어나더니, 몇 달 사이 배달음식을 몇 번은 더 시켜 먹을 수 있는 돈이 통장에서 추가로 빠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은행이 알아서 잘 계산했겠거니 하며 방치했던 대출 금리가 변동금리였고, 국가의 기준금리 인상에 맞춰 내 대출이자도 함께 치솟았던 것입니다. 금리를 모르면 나도 모르게 지갑에서 돈이 살살 녹아내린다는 것을 그때 뼈저리게 배웠습니다.
금리란 무엇이며, 왜 오르고 내릴까?
쉽게 말해 금리는 '돈의 가격'이자 '돈을 빌리는 데 드는 비용'입니다. 우리가 물건을 살 때 가격을 치르듯, 남의 돈을 빌려서 사용할 때 치르는 대가가 바로 이자이며 이를 비율로 나타낸 것이 금리입니다.
그렇다면 이 금리는 누가, 왜 올리는 걸까요? 우리나라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전반적인 경제 상황을 보며 금리의 기준이 되는 '기준금리'를 결정합니다. 지난 1편에서 다루었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기억하시나요? 시장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려 물가가 걷잡을 수 없이 오르면, 중앙은행은 브레이크를 밟기 위해 금리를 올립니다. 금리가 오르면 사람들은 대출받기를 꺼리고 저축을 늘리게 되며, 자연스럽게 시장에 돌아다니는 돈이 줄어들어 물가가 진정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경기가 너무 침체되면 금리를 낮추어 사람들이 돈을 쉽게 빌려 쓰고 소비하도록 유도합니다.
금리 인상기, 내 대출이자는 왜 이렇게 빨리 오를까?
금리가 오를 때 우리가 가장 먼저 체감하는 곳은 역시 '대출'입니다. 대출을 받을 때는 보통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됩니다. 고정금리는 계약 기간 동안 금리가 변하지 않는 것이고, 변동금리는 시장 상황(시중 지표 금리)에 따라 주기적으로 금리가 변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많은 사람이 겪는 첫 번째 실수가 있습니다. 대출을 처음 받을 당시에는 보통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조금 더 저렴합니다. 당장 눈앞의 이자를 아끼려고 변동금리를 선택했다가,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를 정면으로 맞이하면 이자 폭탄을 안게 됩니다. 게다가 은행들은 대출 금리를 올릴 때는 기가 막히게 빠르게 반영하면서, 예적금 금리를 올릴 때는 상대적으로 느긋하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 경제 용어로 '금리 비대칭성'이라고 하는데, 소비자로서는 억울하지만 이 흐름을 미리 알고 대비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예적금 통장의 반격, 금리 인상기를 기회로 만드는 법
대출이 있는 사람에게 금리 인상은 재앙 같지만, 빚이 없고 차곡차곡 돈을 모으는 사회초년생에게는 훌륭한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은행들이 저축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예적금 금리를 올리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를 현명하게 보내기 위한 몇 가지 팁이 있습니다.
첫째, 예적금 가입 기간은 짧게 쪼개기 금리가 계속 오르는 추세일 때는 2년, 3년짜리 장기 예적금에 돈을 길게 묶어두는 것이 불리합니다. 가입한 지 얼마 안 되어 더 높은 금리의 상품이 계속 출시되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는 3개월이나 6개월 단위의 단기 예적금이나 파킹통장을 활용하면서 금리가 고점에 다다랐을 때 장기 상품으로 갈아타는 것이 유리합니다.
둘째, 기존 대출의 '금리인하요구권' 활용하기 만약 변동금리 대출을 가지고 있다면, 금리가 오른 만큼 내 지출을 줄여야 합니다. 이때 유용한 제도가 바로 '금리인하요구권'입니다. 사회초년생이 신입사원을 지나 승진을 했거나, 연봉이 올랐거나, 신용점수가 상승했다면 은행에 "내 신용 상태가 좋아졌으니 대출 금리를 낮춰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습니다. 모바일 앱으로도 신청이 가능하니 꼭 확인해 보세요.
셋째, 무조건적인 중도해지는 금물 더 높은 금리의 상품이 나왔다고 해서 기존에 가입해 둔 적금을 홧김에 깨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적금은 만기를 채우지 못하면 중도해지 이율(아주 낮은 이율)이 적용되므로, 남아있는 기간과 중도해지 손실을 잘 계산해 봐야 합니다. 만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면 차라리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낫습니다.
결론: 금리의 방향을 알면 돈의 길목이 보인다
금리는 자본주의 경제의 날씨와 같습니다. 비가 오면 우산을 준비해야 하고, 날이 더우면 얇은 옷을 입어야 하듯 금리의 방향에 따라 내 자산의 옷차림도 바꿔야 합니다. 금리가 올라갈 때는 무리하게 빚을 내서 무언가를 사기보다는, 빚을 줄이고 현금 비중을 늘리며 체력을 키우는 것이 정석입니다.
뉴스의 금리 인상 소식이 더 이상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기 시작했다면, 여러분은 이미 진정한 경제적 독립에 한 걸음 다가서신 것입니다. 내 대출 상품의 약정서를 다시 한번 열어보고, 내가 내는 이자의 원리를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시길 바랍니다.
[핵심 요약 3줄]
금리는 '돈의 가격'이며,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시중 은행의 대출 및 예금 금리도 함께 상승합니다.
금리 인상기에는 변동금리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커지므로, 고정금리로의 대환이나 금리인하요구권 활용을 검토해야 합니다.
예적금을 활용할 때는 금리 상승 추세를 반영할 수 있도록 만기를 짧게 가져가거나 파킹통장을 활용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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