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A로 투자를 시작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피하기 어려운 순간이 있습니다.
계좌를 열었는데 빨간색 수익률 대신 마이너스 숫자가 보이는 순간입니다.
-8%, -15%, 심하면 -20%까지 내려가면 가장 먼저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거 지금 팔아야 하나?”
그런데 여기서 바로 매도 버튼을 누르는 것은 좋은 판단이 아닐 수 있습니다.
반대로 “언젠가는 오르겠지”라는 생각으로 무조건 버티는 것도 정답은 아닙니다.
ISA에서 손실 난 ETF를 어떻게 처리할지는 손실률이 몇 %인지보다 처음 그 ETF를 왜 샀는지를 다시 확인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15%보다 중요한 질문이 있다
ETF가 15% 떨어졌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 숫자만 보면 상당히 큰 손실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ETF 가격이 떨어진 이유입니다.
시장 전체가 급락해서 함께 떨어진 것인지, 특정 산업의 전망이 나빠져서 떨어진 것인지에 따라 판단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광범위한 시장을 추종하는 ETF가 시장 전체의 조정으로 하락했다면 투자전략을 유지할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특정 테마의 인기가 사라지면서 해당 ETF가 계속 약세를 보이고 있다면 처음 투자했던 이유 자체를 다시 검토해야 합니다.
따라서 손실률을 보고 판단하기 전에 딱 한 가지를 물어보세요.
“지금도 내가 이 ETF를 처음 샀던 이유가 유효한가?”
이 질문이 생각보다 강력한 기준이 됩니다.
손실 난 ETF를 추가 매수하면 안 되는 이유
가격이 떨어지면 평균매입단가를 낮추기 위해 추가 매수하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이른바 물타기입니다.
예를 들어 100만원을 투자했는데 20% 하락했다고 해보겠습니다.
여기에 50만원을 추가 투자하면 평균매입가격을 낮출 수 있습니다.
문제는 가격이 싸졌다는 사실과 투자 가치가 높아졌다는 사실은 전혀 다르다는 것입니다.
가격이 20% 떨어진 이유가 단순한 시장 조정인지, 아니면 해당 자산의 투자 매력이 실제로 떨어진 것인지 확인하지 않고 추가 매수하면 손실 규모만 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손실 난 ETF를 추가 매수할 때 “싸졌으니까 산다”는 이유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봅니다.
대신 다음 세 가지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① 처음 투자한 이유가 여전히 유효한가?
② 현재 포트폴리오에서 필요한 자산인가?
③ 지금 처음 투자한다고 해도 이 ETF를 선택할 것인가?
세 번째 질문이 특히 중요합니다.
‘이미 돈을 넣었으니까’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투자를 하다 보면 과거에 투자한 돈 때문에 판단이 흔들립니다.
“여기서 팔면 손실이 확정되잖아.”
그래서 계속 보유합니다.
하지만 평가손실이 발생한 자산을 가지고 있는 것과 앞으로 그 자산이 오를 가능성이 높은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지금 80만원이 남아 있는 ETF가 있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처음에는 100만원을 투자했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80만원을 가진 상태에서 어떤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나은지 생각해본다면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과거의 매수가격은 미래 수익률을 결정하지 않습니다.
이것을 이해하면 손실 난 종목을 무조건 붙잡고 있는 행동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언제 손절을 생각해야 할까?
손실률 자체를 기준으로 “10% 떨어지면 손절”처럼 정해놓는 방법도 있지만 ISA 장기투자에서는 이것만으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다음과 같은 상황을 점검하는 것이 좋습니다.
투자 목적이 사라진 경우
처음에는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지만 이후 투자 환경이 크게 바뀌었다면 다시 검토해야 합니다.
포트폴리오에서 역할이 겹치는 경우
비슷한 ETF를 여러 개 가지고 있다면 하나를 정리해 포트폴리오를 단순화하는 것이 나을 수 있습니다.
지나치게 높은 위험을 감당하고 있는 경우
처음에는 괜찮다고 생각했던 변동성이 실제 투자금이 커진 뒤 감당하기 어려워졌다면 비중을 줄이는 것도 방법입니다.
단순한 유행을 따라 샀던 경우
처음부터 뚜렷한 투자 논리 없이 주변에서 좋다고 해서 매수했다면 손실이 발생한 지금이 오히려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할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하락했다고 무조건 팔 필요도 없다
여기서 반대쪽 실수도 조심해야 합니다.
시장 전체가 하락했는데 내가 보유한 ETF도 함께 하락했다는 이유만으로 매도한다면 상승장에서 얻을 수 있었던 장기적인 회복 기회를 스스로 포기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장기투자를 목적으로 광범위한 시장에 분산 투자하는 상품을 선택했다면 단기적인 가격 변동만으로 전략을 바꿀 필요가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손실이면 매도”도 아니고 “장기투자니까 무조건 보유”도 아닙니다.
투자 이유가 유지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손실 난 ETF를 정리한 돈은 어디로 가야 할까?
여기서 한 단계 더 생각해야 합니다.
어떤 ETF를 매도하기로 결정했다면 단순히 현금으로 만들어 놓는 것으로 끝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 돈을 어떤 자산으로 이동할 것인지까지 결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성장자산 비중이 이미 충분하다면 또 다른 성장 ETF를 사는 대신 상대적으로 부족한 자산을 채울 수 있습니다.
반대로 기존 ETF와 비슷한 상품으로 갈아타는 것이라면 굳이 교체할 필요가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즉, 매도의 목적은 손실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포트폴리오를 더 나은 구조로 바꾸는 것이어야 합니다.
ISA에서 손실을 수익으로 바꾸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
손실 자체를 피할 수 있는 투자자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손실이 발생했을 때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제가 ISA 투자자라면 손실 난 ETF를 볼 때 다음 순서로 판단하겠습니다.
1단계. 왜 떨어졌는지 확인한다.
시장 전체의 하락인지 특정 자산의 문제인지 구분합니다.
2단계. 처음 투자한 이유를 다시 확인한다.
지금도 같은 이유로 투자할 수 있는지 생각합니다.
3단계. 현재 포트폴리오에서 역할을 확인한다.
비슷한 자산이 이미 너무 많지는 않은지 봅니다.
4단계. 지금 처음 투자한다면 살 것인지 묻는다.
여기에 “아니다”라는 답이 나온다면 보유 이유가 약해집니다.
5단계. 매도한다면 다음 목적지를 정한다.
현금으로 둘 것인지, 다른 자산을 매수할 것인지 미리 정합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 단순한 공포 매도가 줄어듭니다.
진짜 수익을 만드는 투자자는 손실을 없애려 하지 않는다
투자를 하면서 한 번도 손실을 보지 않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오히려 장기투자에서 중요한 능력은 손실이 발생했을 때 올바르게 대응하는 것입니다.
어떤 때는 하락한 ETF를 그대로 보유해야 하고, 어떤 때는 비중을 줄여야 하며, 어떤 때는 과감하게 교체해야 합니다.
차이는 손실률에 있지 않습니다.
투자 논리가 살아 있는지에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ISA를 단순히 절세 계좌로만 생각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ISA 안에서 투자자산을 장기적으로 관리하면서 수익을 키우려면 매수할 때뿐만 아니라 보유하고, 점검하고, 필요하면 교체하는 과정까지 하나의 투자전략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결국 손실 난 ETF를 만났을 때 가장 좋은 질문은
“얼마나 떨어졌지?”
가 아닙니다.
“지금 내 돈 100만원이 있다면 나는 이 ETF를 다시 살 것인가?”
이 질문에 자신 있게 “그렇다”고 답할 수 있다면 단기적인 손실 때문에 흔들릴 필요가 없습니다.
반대로 답하기 어렵다면 손실을 확정하는 것이 두려워서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ISA에서 수익을 만드는 것은 손실을 한 번도 만들지 않는 기술이 아니라, 잘못된 투자는 빠르게 고치고 좋은 투자는 충분한 시간 동안 가져가는 능력에 더 가깝습니다.
그리고 이 원칙이 쌓이면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는 대신, 자신의 투자계획에 따라 움직일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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